일상기록

옥션 개인정보 유출 그리고 V3

엑소알(xor_life) 2010. 4. 19. 17:38

며칠 전 옥션으로부터 충격적인 e-mail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저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008년 2월 옥션의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건이 발생했고,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었습니다. 당시 저는 개인정보 유출자 목록에 이름이 올라있지 않았었는데, 2년이나 지난 이제와 “2년전에 개인정보가 유출됐었다”라는 말을 들으니 어처구니가 없을 뿐입니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보니, 저는 2007년 중순에 탈퇴를 했었다는게 생각이 나더군요... 그리고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일어나고 어느 정도 사건이 일단락 되는 것을 보고 “설마 또 이런 일이 있겠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며 부득이한 일 때문에 재가입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탈퇴회원이던 저도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니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옥션에 문의를 하고자 했으나, 당당히도 개인정보 유출사건과 관련해서는 전화로 직접 물어보라고 써 있을 뿐이었습니다.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전화문의는 포기했습니다만,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가 2008년까지 사용하던 아이디를 2009년에 모두 새로운 아이디로 교체했음에도 불구하고 옥션만은 2007년에 사용하던 아이디를 계속 쓰고 있었던 겁니다. 더군다나 2007년에 탈퇴했던 사이트에 같은 아이디로 말이죠... 이상한 생각이 들어 고객센터의 Q&A를 살펴봤습니다.


재가입부분을 살펴보니, ‘거래내역이 있다면 반드시 이전 아이디로만 가입이 가능하다’라고 써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옥션을 탈퇴하더라도 내 아이디와 거래내역을 저장하고 있다는 말인가”싶어 다른 항목을 찾아봤습니다.


역시나 ‘재가입할 경우 이전의 거래내역까지 복구된다’라는 내용입니다. 그럼 거래내역뿐만 아니라 나의 개인정보까지 저장한다는 말인데, 제 경우 1년이 넘어서 재가입을 했으니 ‘탈퇴후 개인정보의 삭제기간’이 궁금해졌습니다.


할 말이 없게 만드는 군요... 탈퇴후 5~10년이랍니다. 이랬으니 제가 옥션을 탈퇴한 기간에도 제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것이죠.. 이 부분은 약관의 수정을 요구해서 반드시 고쳐야 할 부분입니다. 소비자는 당연히 자신이 탈퇴한 사이트에 자신의 개인정보가 10년씩이나 저장되는 것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미 지난 재판에서 옥션은 피해보상의 의무가 없음을 판결받았고, 개인정보가 막상 도용당했다고 한들 재산적 피해가 없으면 신고조차 불가능한 것이 국내법의 실정입니다.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로 누군가 인터넷사이트에 가입했다고 해도 그것이 나에게 재산적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사람을 고소할 수도 없고, 배상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사이버 수사대에 문의해봤자 “어쩔 수 없으니, 해당사이트에 그 아이디를 정지해달라고 요청해라”란 말밖에 들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손 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고, 막상 침해를 당해도 재산피해가 없다면 그냥 감수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옥션에서는 자사의 이미지가 안 좋아질 것을 우려했는지 개인정보와 관련하여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Ahn Lap의 [V3 365 Clinic] 제품을 무상으로 일년간 제공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물론 이 백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옥션의 아이디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옥션을 이미 탈퇴하신 분은 굳이 재가입해서 이 프로모션에 참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옥션의 아이디가 있는 분이라면 무작정 탈퇴해봐야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이니, 백신과 명의도용 차단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자신의 판단에 따라서 선택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이후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 우려된다면 탈퇴해야 하겠죠... 하지만, 개인정보는 5~10년간 저장된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합니다.
(사실 이 프로모션의 시기가 의심스럽긴 합니다. 이상하게도 개인정보 유출의 추가피해를 공지하기 한두달 전에 프로모션을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그때쯤부터 이미 추가피해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을지....)


아무튼 4월 25일 이전까지 백신을 설치한다면 1년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1개의 아이디 당 3대의 PC에 설치할 수 있으며, 일년 후에는 무료서비스가 종료됩니다. V3 365 Clinic은 일년 사용권이 44,000원이고, 썩 괜찮은 백신입니다. 또한 Windows 7 64bit에서도 설치가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확실히 무료로 배포되는 V3 Lite등의 백신 보다는 탁월한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명의도용 차단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Credit Bank사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한국신용평가(주)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서비스됩니다. 이 서비스의 사용을 신청하여 ‘명의도용 차단서비스’를 ‘차단’으로 설정해 놓으면, 인터넷 상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 실명확인을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사이트에 가입하거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이루어지는 모든 상거래 행위가 제한됩니다. 또한 어딘가에서 내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한다면 즉시 문자나 이메일로 통지해줍니다. 자신이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실명확인을 이용하려면 잠시 차단서비스를 해제할 수 있으며, 미리 시간을 예약해 잠시 동안 서비스를 해제할 수도 있습니다.

옥션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은 기분 나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탈퇴부터 하는 것이 상책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지는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