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립의 HD5와 P3를 기다리시는 유저라면 잘 아시겠지만, 이 두 기기는 2010년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 이었습니다. 빌립은 지난해 말부터 파워블로거들을 통해 테스트 제품의 리뷰를 진행했고, 이 방식의 마케팅은 새로운 MP3P 구매를 계획하는 대기수요를 만들어 냈습니다. 문제는 이 방식의 마케팅으로 기대감이 너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파워블로거들을 통해 P3의 발매시기가 4월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었습니다. 하지만 곧 5월 중순으로 정보는 바뀌었고, 이후 빌립은 HD5가 출시된 이후 지난 5월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적인 발매정보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HD5의 제품불량에 따른 배송차질이란 문제와 함께 P3는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습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보여준 빌립의 대응방식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고, 이에 HD5 구매자, P3 구매대기자들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불만을 토로하는 중입니다.
왜 유저들이 분노했는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파워블로거를 통한 마케팅은 성공적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의 마케팅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반길만한 방식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파워블로거의 리뷰를 통해 나오는 정보에 빌립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파워블로거들을 통해 흘러나오는 “P3의 출시시기”가 4월이니, 5월이니 하는 정보들에 빌립은 전혀 책임을 질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절대 자신들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달리 생각해 보면 파워블로거들이 아무런 정보도 없는데 무작정 제품만 보고 어림짐작하여 출시시기에 대한 정보를 흘렸을 리는 만무합니다. 빌립측의 약간의 언질이라도 있었을 테지만, 빌립은 완벽하게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는 소비자의 신뢰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HD5가 출시되고, 5월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P3의 출시일정을 공개하며 또 한 차례 논란이 일어납니다.
빌립은 5월 20일 P3를 발매한다고 했지만, “21~23일이 연휴인 점”과 “20일 당일발송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말만 20일 출시, 실제론 24일 출시”인 공지를 발표합니다. 이로 인해 또 한 차례 “유저들을 기만한다”라는 주장들이 제기되었습니다.
정말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습니다. 5월 18일 빌립은 홈페이지에 HD5 배송에 관한 사과 공지를 올립니다.
이 공지에서 빌립은 “제조 불량으로 인해 HD5 제품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 25일까지 주문 순서대로 발송 완료하겠다. P3의 발매는 그 이후 이뤄질 예정이다.”라고 공지합니다. 이 공지의 문제점은 “P3의 출시연기에 대한 사과공지”가 “HD5 배송 사과문”의 말미에 단 두 줄로 써 있었다는 점입니다. P3를 구매할 사람이라면 “HD5 배송 사과문”도 당연히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 건지, 누군가 읽은 사람이 P3 구매 대기자에게 알려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P3에 대한 사과문을 개별적으로 올리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적어도 제목에 HD5와 P3를 함께 적어 놓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문제의 25일, HD5의 배송을 또 한번 연기합니다. 이번에는 홈페이지의 공지가 아닌 개별적인 문자메시지로 통보를 합니다. 당연히 25일 HD5의 배송이 완료되었을 것으로 예상한 P3 구매 대기자들은 또 한번 실망감을 맛보게 됩니다. 또한 순차적으로 발송한다던 HD5는 14일 주문자는 받지 못하고 그 이후 주문자들은 받는 등, 빌립 홈페이지와 특정 쇼핑몰에서 구입한 구매자들만 물건을 배송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이후 각종 커뮤니티에서 폭발적으로 루머들이 생산됩니다.
루머
“5월 중에 P3는 발매되지 않는다. 6월 중순에 발매된다고 한다.”“생산라인 하나가 문제가 생겨 멈췄다. 현재 생산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하루 생산량이 지금 약 20개에 불과한 상태다.” 등등
문제는 일부 사실이 진실로 밝혀졌다는데 있습니다. 심지어 본사를 방문한 분의 녹취파일까지 커뮤니티에 공유가 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게다가 물건을 배송받은 HD5의 구매자들 가운데 액정과 터치에 관한 불만을 제기하시는 분들이 생기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고, HD5의 구매를 취소하는 분들까지 생겼습니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빌립 측이 아무런 공지도 띄우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무대응”이란 말이 적당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빌립은 본사를 찾아오거나, 전화를 거는 등 항의하는 분에게는 사과와 함께 정황을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답변에 일관성이 존재하지 않으며, 항의를 해야 설명하는 수동적인 대응자세는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런 방식의 대응은 문제점을 아는 사람에게만 해명하겠단 의지의 표명인 것 같아 더욱 한심스럽습니다.
빌립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식의 배송, 출시에 관한 지연에 따른 문제가 빌립에서 발생한 것이 처음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미 P2의 출시 때에도 동일한 문제를 겪었다는 사용자들 또한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매번 반복하는 것은 기업의 이미지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지금이라도 홈페이지를 통해 “HD5가 왜 순차 배송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왜 현재에도 제품 배송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지”, “언제쯤 HD5의 배송이 이루어질지”에 대해 말하고, 한편 “P3의 출시 지연에 대한 사과”, “정확한 제품 출시 시기의 발표”를 해야 합니다. 또, 소비자와의 약속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미 HD5를 환불 혹은 구매 취소하겠다는 분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현재 P3를 대체할 만한 기기가 나오지 않아 좀 더 추이를 지켜보는 추세이지만, 출시가 되더라도 당장 구입하기보다 다른 대체기기를 좀 더 기다려보겠단 의견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빌립이 지금 당장 고객에게 싫은 소리 듣는 것이 싫어, 기업 자체의 신뢰를 잃는 실수를 범하지 않길 바랍니다.
잡담
지금 빌립관련 커뮤니티에 “다음 주 초에 P3가 발매된다는 고객센터의 답변”이 올라왔습니다. 답변을 받는 사람마다, 받을 때마다 답변이 달라지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빌립이 중소기업이긴 하지만 P3의 스펙 때문에 구입을 고려했습니다. 하지만 HD5의 불량률을 보고, 이런 식의 고객 대응을 보니, P3의 불량률도 걱정되고 A/S가 제대로 이뤄질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당분간 P3구매는 생각을 접어야겠습니다.
관련 커뮤니티에서 무턱대고 빌립 쉴드 치시는 분들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잠시 빌립 직원인가도 생각했지만 그렇게 무지한 직원이 있을 리 없겠단 생각을 하고, 직원이 아니라고 확신했습니다. 모르면 공부 좀 하고 쉴드 칩시다. “나 P3 포기하고 딴거 살래요”란 글만 써도 달려와서, 닥치고 P3찬양 하는 건 “나는 무식이 하늘을 찌릅니다”인증하는 겁니다.